너희에겐 희망이 없다.Jun 15, 2009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

맞다.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소수점 한 자리 단위까지의 학점에 목을 메고, 나날이 좁아지는 취업문에 절망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현실을 외면하는 한 희망따위는 없다.

더 암담한 것은, 이에 대한 성찰조차 없는 것이다.

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나지 않으면 낙오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어째서 우리는 이런 처지로까지 떨어졌을까?
이런 상황에까지 몰리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남보다 많이 갖는 것이 과연 행복인가?
균형이란 무엇일까?

이명박이 모든 악의 근원인가?
이회창이나 정동영이었으면 이러한 사태가 오지 않았을까?
이 모든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김대중/노무현 시절에는 모두가 행복했나?

20대가 이에 대해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스스로의 문제를 깨닫고
답을 내리지 않는 한 우리에게, 그리고 대한민국에 희망 따위는 전혀 없다.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공허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행동은 커녕 지성조차 존재하지 않다면 그건 무엇이 될까.
노예의 인생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없는 인생이 바로 노예의 인생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저주하고 비난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인생이 노예의 인생이다.

2009년 5월 25일, 덕수궁 앞의 풍경May 26, 2009

그를 기리며…

그녀의 목소리Nov 17, 2008

간만에 한가한 일요일을 맞이하여
몇 주 만에 와우를 틀었다.

아, 화요일이면 확장팩이네.
월요일은 사람들 별로 없을 테니 인던 가려면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5. 파티] [검사막공장] : 검사막공 확팩전 마지막 일리단 조지러 갑니다 전클귓
[검사막공장]님에게 귓속말 : 사제 손이요

이리하여 모인 25인의 공격대.

평범하게, 공대장과 부공대장의 네이버폰을 통한 음성진행과 함께 무난한 진행을 했다.

지네 대빵이 뒤졌는데도 모르는 대장군 나젠투스, 덩치만 크지 멍청한 궁극의 심연,
영혼만 남아서 꼬장피우는 아카마의 망령, 구토나오게 빡센 구르토그 블러드보일,
대가리만 남아서 둥둥 떠다니는 영혼의 성물함, 검사 관광객한테 관광당하는 대모 샤라즈.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제 일리단까지 남은 보스몹은 일리다리 의회의 네 명이 끝.
큰 문제 없이 무난하게 진행해왔던 터라 다들 별 생각 없이 마지막 보스몹과의 전투를 시작..응?

정수기법탱님이 죽었습니다.

-_-;;;
보스 네 마리 중 고위 황천술사 제레보르는, 전투가 끝날때까지 마법사 한 명이 1:1로 맞짱떠서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이걸 담당한 공대 마법사가 시작하자마자 한방에 죽어버렸다.
다들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멀거니 있다가, 공격대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전멸하세요. 다시갑니다.”

여기서 죽으면 다시 뛰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참 걸리는지라 살짝 짜증이 났다.

어찌됐건 다시 한참을 뛰어와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재정비를 하고, 다시 시작.

[공격대] [검사막공장] : 카운트 끝나면 개시합니다. 준비하세요.
[공격대] [검사막공장] : 5
[공격대] [검사막공장] : 4
[공격대] [검사막공장] : 3
[공격대] [검사막공장] : 2
[공격대] [검사막공장] : 1
[공격대] [검사막공장] : 고고
정수기법탱님이 죽었습니다.

…….
아 ㅅㅂ 이새끼 X맨이었구나 아깐 할줄 안다면서 아놔 개념은 어디다 팔아먹고온거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그럼 사람들이 가르쳐주기라도 할텐데 아 설마 여기서 못잡고 쫑내는기라도하면 시간날리는셈인데 미치겠네 와우는 보스몹과의 싸움이 아닌 공격대 안의 병신들과의 싸움이라고 하더만 이새끼가 바로 병신이었네 검사 공략이 넘쳐나는데 한번도 안읽고온건가

[공격대] [정수기법탱] : 죄송해요 전에 할땐 안이랬던거같은데 ;ㅅ;

아십라게이같은이모티콘쓰고난리야죄송한거알면죽지말고제대로하지말란말이다내수리비니가물어줄꺼냐버프할때마다양초도꼬박꼬박나가는데그거니가사다가채워줄것도아니면서

온갖 상념이 머리속을 스쳐가며,
법탱(마법사 탱커)의 삽질이 4번에 걸치면서 전멸은 4번을 이어졌고,
사람들도 슬슬 짜증이 나는지 채팅창에는 점차 까칠한 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삽질하던 X맨 법탱도, 뭔가 심상찮은 걸 느끼는지 좀 더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음성 발언 권한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25명이 다들 마이크로 떠들어대면 대책이
안서기 때문에 보통 진행에 필요한 공격대장, 부공격대장, 탱커 정도에게만 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채로 진행한다.) 공격대장의 OK사인이 떨어졌고, 곧 X맨 법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한데요 이런 식으로 말고 제가 저쪽에서 블라블라 해서 해보면 안될까요?

응?

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여자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특히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과는 거리가 먼 와우의 특성상 여자는 보기 힘들다.
마치 공대에서처럼. (생각해보니 와우에서도 인던을 위해 구성하는 공격대를 공대라고 부르잖아!!!!!)

그리고 채팅창에는 침묵이 흘렀다.
몇 초 간의 어색한 침묵이 지나고, 채팅창에 올라온 한 줄의 메시지.

[공격대] [천민밀렵꾼] : 하악.. 여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의 목소리 한 마디와,
어처구니없는 한 줄의 메시지로 인해,
싸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개그판이 됐다.

스피커에서는 이미 마이크를 잡고 있던 몇 명의 사람들이 숨이 넘어갈듯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채팅창은 ㅋㅋㅋㅋ 로 도배가 되었고, 나도 머리를 처박고 왼손으로 Z를 연타하며 웃어댔다.
아니 이거 무슨 하악하악 여자 거리는건 마이 프레샤스 골룸도 아니고 도대체 이 진지한 상황에서 저 반응은…
그렇게 굶주렸나 와우하는 여자가 신기했나

덕분에,
싸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해소되었고,
X맨이었던 그녀는 열심히 해보겠다며 결의를 다졌고,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싸운 우리는,
단 한명의 희생자도 없이 일리다리 의회를 전부 쓰러트렸다.

아가씨의 힘이란~ ㅡ_ㅡ;



[공격대] [여자법사] : 수고하셨어요 전 그럼 마이크 끌께요 이제
[공격대] [천민밀렵꾼] : 계속 이야기하시면 안되요?

ㅋㅋㅋㅋ확팩전 마지막 검사에서 큰 웃음
(아 물론 일리단은 가뿐하게 쳐 잡았음)